보이차의 전설, ‘숙차의 아버지’ – 邹炳良(추병량) 이야기

중국 보이차 역사 속에서 한 인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바로 **邹炳良(추병량)**입니다. 1939년 중국 윈난성 샹윈현에서 태어난 그는, 한 평생을 차와 함께 살아온 인물로 **‘중국 보이차 종신 공로 대사’**라는 칭호를 가진 보이차계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그의 발자취

1957년, 중학교를 졸업한 추병량은 윈난성의 보이차 중심지인 **맹해(勐海)**로 향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때부터 그는 맹해차창에서 일하며 차와의 인연을 맺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평범한 노동자로 시작해 점차 기술자, 간부, 그리고 마침내는 **1984년부터 1996년까지 12년간 멍하이차창의 공장장 겸 총공정사(총 엔지니어)**로 재직했습니다. 이는 멍하이차창 역사상 가장 긴 재임 기간 중 하나입니다.

그의 재임 시기, 맹해차창은 생산량과 수익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고, 윈난성을 대표하는 차 생산지로 성장했습니다.

 

‘숙차의 아버지’ – 발효 보이차의 길을 열다

추병량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숙차(熟茶)**의 제조법인 ‘속성 후발효법(渥堆发酵法)’을 실질적으로 확립한 인물입니다. 이는 1970년대 초반, 차의 빠른 상업화가 요구되던 시기였고, 주병량은 자신의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이 발효법을 연구, 실현시켰습니다.

그는 서남차검반, 서남상검국, 쿤밍상검국 등에서 차의 생화학 분석과 품질 검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였고, 1963~1965년에는 국가 무역·상업·농업부가 함께 추진한 홍차 등급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속성 후발효법’**은 맹해차창과 쿤밍차창의 협력을 통해 정립되었고, 오늘날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숙차 대부분은 이 방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익(大益)과 해만(海湾), 그리고 ‘차왕’의 영예

그는 대익(大益) 브랜드의 창립자 중 한 명이며, 대표적인 제품 7542, 7572, 7532, 8582, 7262 등의 조합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보이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렌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1999년, 그는 맹해차창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노국영(卢国龄)**과 함께 **‘해만차업(海湾茶业)’**을 설립했고,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2006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제작한 ‘노동지 녹색방원(绿色方圆)’ 시리즈가 중국 최초의 국제 보이차 박람회에서 2관왕과 금상, 은상을 동시 수상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같은 해, 해만차업은 ‘국차 보이차’로 중난하이(중국 중앙정부 청사)에 납품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교육자이자 멘토, 나눔의 리더십

그는 기술을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발효 온도, 뒤집기 주기, 수분 조절 등 세부 기술까지 아낌없이 후학과 동료에게 전달했고, 실제로 그의 조언 한 마디로 1년치 연구 시간을 아꼈다고 고백한 박사 연구자도 있습니다. 차 업계에서는 발효 기술이 ‘영업비밀’로 간주되던 시절임에도 그는 모두에게 지식을 나누는 걸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습니다.

또한, 소수민족 마을에 대규모 차밭 기반을 조성해 원료 수급을 안정화하고 지역 경제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브랑산, 파다 지역에 만 묘 단위의 차 원료 생산지를 조성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식인

1985년, 그는 국가 공인 중대형 기업 경영자 시험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 차 업계 최초로 경제경영까지 겸비한 전문가로 인정받았습니다.

 

마무리하며

추병량은 단순히 보이차를 만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차를 통해 지역을 살리고, 지식을 나누며, 세계로 나아간 전설적인 장인입니다. 그의 삶과 업적은 보이차가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이자 역사임을 증명해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보이차에는, 그가 쌓아 올린 수십 년의 경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